한국의 인구 특히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령인구의 감소가 급격히 나타나는 2020년을 대학가에서는 인구절벽 시대라고 한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대학들의 특성상 학생의 감소는 대학의 생존에 직결되며 이제 2년도 남지 않아 많은 대학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교육부나 대학에서는 외국 유학생의 유치를 주요한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 또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경오 선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오리무중(五里霧中). 오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해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로, 지금의 베트남 유학 시장을 표현하는 말로 적절하다. 지금 엄청난 위기가 몰려오고 있음에도 베트남 유학생에 대한 정책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태이며 새로 발표되는 정책들은 오히려 유학생 유치에 방해가 되는 방향으로 개편돼 가고 있다.

한국 내 가장 유학생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속적 경제성장으로 더 이상 한국으로 유학하는 것이 좋은 취업 자리를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없고, 중국의 교육 수준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중국 내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한국으로 유학 가는 인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나라가 베트남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의 경우 젊은 사람의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고 한국 유학 후 좋은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학의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유학 비자를 통해 한국으로 온 후 공장 등으로 불법 취업하는 학생들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최근 2년간 불법체류율이 1% 미만인 대학에 대사관 비자인터뷰 없이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몇몇 한국대학들이 학생의 수준을 잘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학생을 유치하는 바람에 한국 내의 베트남 어학연수생 불법체류율이 급증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고자 불법체류율 1% 미만 대학을 포함한 모든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대사관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이 개정됐으니 이는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조치다. 하지만 어학연수를 가고자 하는 사람(D4 비자)들은 모두 토픽(한국어능력시험) 1급을 취득해야 지원 자격을 준다는 지침도 같이 논의되고 있다. 베트남 북부 지역은 토픽 시험장의 수용인원 한계로 인해 시험을 보고 싶어도 시험을 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토픽 시험 접수 개시 몇 분 만에 접수 가능인원이 다 차서 그 후에는 시험 신청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어과 학생들은 토픽 급수가 졸업요건인데 시험 신청자체를 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모든 유학희망자들이 토픽1급을 취득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면 시험 신청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시험 신청을 못 해서 시험을 보지 못하는 학생도 많아질 것이며 결국 한국 유학이 연기되거나 유학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험을 보고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만을 유학 보냄으로써 불법체류자를 줄이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은 이해가 되나 시험 자체를 보기 힘든 상황에서 이를 강제한다면 이는 유학생 유치에 엄청난 걸림돌이 될 것이다.

피고인이 유죄로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열 명의 범죄자를 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초를 겪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유학생을 바라보는 한국정부의 시각은 대부분의 베트남 학생들을 불법체류가능자로 보고 있는 듯하다. 유학 희망학생들을 제대로 된 길로 인도해 유학을 장려하는 정책이 아니라 유학생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만을 제거하기 위해 너무 강한 제약적 정책들만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중국 유학생들도 초창기에는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발생했으나 이러한 정책이 없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모든 베트남 유학희망학생들을 불법체류 가능자로 정의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불법체류자를 줄이고자 하는 법무부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는 규정의 적용은 심각하게 재고돼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거창한 표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많은 선의의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정책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